원화-암호화폐 거래량, 632조원 기록…달러에 2조원 앞서
"국내 거래소 간 '제로 수수료' 정책, 투자 열기 끌어올려"
비트코인(BTC)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2024년 상반기, 대한민국의 원화가 미국 달러화를 제치고 암호화폐와 가장 높은 거래량을 기록한 법정화폐로 등극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카이코 리서치는 17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반기 원화-암호화폐 간 거래량이 4560억달러(한화 약 631조6512억원)를 기록, 4550억달러(한화 약 630조2660억원)를 기록한 달러-암호화폐 간 거래량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카이코 리서치는 원화가 암호화폐와 높은 거래량을 기록한 주된 원인으로 대한민국 거래소 사이에서 유행했던 '제로 수수료' 정책과 이로 인해 더욱 증폭된 대한민국 투자 열기를 꼽았다.
보고서는 불과 2년 전 약 81%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업비트가 지난해 제로 수수료 정책으로 약 3배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업비트에 대항했던 빗썸의 사례를 지목했다.
실제로 빗썸은 지난해 말 제로 수수료 정책으로 기존 8%의 점유율을 올해 최대 약 29%까지 증가시킨 바 있다. 올해 2월, 빗썸은 극심한 매출 감소를 호소하며 제로 수수료 정책을 중단했다.
원화의 높은 암호화폐 거래량은 지난해 말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는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CC 데이터의 11월 데이터를 인용해 한 달간 원화-암호화폐 간 거래량이 달러-암호화폐 간 거래량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에 하락장을 유발한 '루나 사태'의 주범 권도형(Do Kwon) 테라폼랩스 전 CEO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 안팎에서 큰 영향력을 주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이코 리서치는 높은 열기 대비 한국 규제당국의 뒤늦은 조치가 대한민국 암호화폐 투자 시장에 복잡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대한민국 규제당국의 지속적인 규제와 계속되는 미국 규제당국과의 논의로 대한민국 투자자들과 규제당국은 서로 이해관계에서 상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서술했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