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자본시장 단일 감독체계 검토…SEC식 중앙집중형 모델 도입 가능성
유럽연합(EU)이 4일 가상자산과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유럽증권시감독청(ESMA)의 감독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계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유사한 중앙집중형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EU 집행위원회는 12월 해당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며, 이는 증권거래소와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직접 감독권을 ESMA에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작년 12월 시행된 암호자산시장법(MiCA)에 따라 한 회원국에서 허가받은 업체는 EU 27개국 전역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패스포트'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프랑스의 분산형 대출 프로토콜 모르포(Morpho) 홍보 책임자 포스틴 플뢰레(Faustine Fleuret)는 "감독권이 ESMA로 집중되면 승인과 감독 절차가 지연돼 혁신이 둔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ESMA 내부에 감독을 전적으로 집중하려면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며, 국내 규제 기관과 협력하는 핀테크 기업들의 참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뢰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ESMA가 각국 규제기관에 면허 정지나 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감독 강화형 분산 구조'를 제안했다. 앞서 9월 프랑스 증권 규제 기관이 MiCA 체계 내 '패스포팅' 제도 폐지를 경고하면서 EU 내 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바 있다.
한편, 암호화폐 보관 플랫폼 파이어블록스(Fireblocks)의 정책 책임자 데아 마르코바(Dea Markova)는 ESMA 관할권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EU 차원에서 통제와 표준을 통합하면 라이선스, 보관, 사이버보안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MiCA와 디지털운영회복력법(DORA)의 조화를 통해 감독 체계가 성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단일 감독 기관의 성공은 자금 조달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도 2023년 11월 유럽은행회의에서 SEC식 감독 모델 도입을 지지하며 "EU의 금융 규제 통합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하연 기자 yomwork8824@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