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권토큰 "루나 사태 피해자 도울 것"
사건 편승한 밈코인…'러그풀' 우려도
◇분노로 나타난 '도권토큰' = 지난 13일 도권 피해자 커뮤니티에 '도권닷넷(dokwon.net)'과 함께 '도권 토큰'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권닷넷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도권토큰) 프로젝트는 루나 사태의 희생자가 많았기 때문에 만들어졌다"라고 해당 토큰 개발 취지를 밝혔다.
도권닷넷은 도권이 루나 덤핑(Dumping) 계획을 세우고 사기를 저질렀으며, 이 프로젝트를 크게 만들고 루나 토큰에 투자한 희생자들에게 보상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덤핑'은 높아진 가격을 대형 자본가들과 결탁해 물량을 한순간 팔아치워 가격을 폭락시키는 수법을 말한다.
도권토큰 백서에 따르면 도권토큰의 유통량(Max supply)은 10억 개로, 그 중 10%는 피해를 본 루나 투자자에게 에어드롭(무상 지급)할 예정이다. 도권닷넷은 올해 중 토큰을 발행하고 일부 거래소를 대상으로 도권토큰을 상장킬 것이라고 밝혔다.
도권닷넷은 "암호화폐 시장에 루나처럼 안 좋은 프로젝트만 있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며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고 싶다"라고 공지했다.
도권닷넷 개발자는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나는 대기업·많은 거래소와 논의하고 있으며 그들은 내가 이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얼마나 크게 만들 것인지 모른다"라며 "나는 많은 곳에서 문을 두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멈추지 않고 프로젝트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믿고 기다려준 초기 홀더들은 도권토큰 군대로 큰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피해자'에 편승한 밈코인 = 도권토큰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대다수 커뮤니티 유저들은 결국 사건 이슈를 틈타 코인 개발자가 돈을 벌기 위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루나코인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수법이라는 것이다. 과거 몇몇 밈코인 프로젝트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거둔 후 도망치는 '러그풀(Rug pull, 양탄자 당기기)'을 보여준 바 있다.
일례로 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밈으로 나타난 '스퀴드 코인'이 있다. 당시 개발자 측은 스퀴드 코인으로 온라인에서 오징어게임 참여가 가능하다는 말로 4만 명이 넘는 투자자를 모았다. 그러나 해당 코인은 지난 2021년 11월 초, 하루 만에 2000% 넘게 급등했다가 5분 만에 0달러로 급락했다. 홈페이지와 커뮤니티 페이지도 모두 사라졌다.
코인마켓캡 기준 스퀴드 코인 가격은 2800달러(약 34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개발자들이 코인을 모두 현금화하면서 0.00079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해 도지코인을 패러디한 '진도지코인'도 개발자가 '소각'으로 가격을 올리고 전체 물량 15%를 한번에 팔면서 가격은 97% 폭락했다. 개발자가 챙긴 이익은 약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코넬대 교수는 "많은 코인이 놀라울 정도로 투자자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면서 밸류에이션이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다"라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도권토큰은 백서에 명시한 게임으로도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도권닷넷은 홈페이지 로드맵에 '도권 죽이기 게임(dokwon kill game)'을 만들 것이라고 명시했다. 해당 게임을 통해 도권을 죽일 때마다 토큰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짙은 폭력성을 내포한 제목 등으로 업계와 커뮤니티의 비판을 받았고, 반응을 인지한 도권닷넷 측도 로드맵 상 명칭을 도권잡기 게임(dokwon catch game)으로 변경했다.
결국 이같은 사례들은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있다. 피해자를 만들며 암호화폐 시장이 '기회주의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남긴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
또한 '탈중앙화' 목적으로 나타난 블록체인이 운영자, 사업자의 사기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블록체인 업계의 모순을 증폭시킨다. 중앙의 관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거래하는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특징이 관리나 책임의 주체가 없다는 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이 많이 유입될수록 제도적 뒷받침이 절대적이어야 신뢰가 생긴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도권토큰' 같은 코인이 나타나는 암호화폐 시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무형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토큰의 경우 사기가 많다"라며 "건전한 암호화폐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어떤 자산을 표현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건주 기자 k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