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CBDC 선호…보완책 마련이 핵심
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졌다. 금융권 역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 하면서 비대면의 일상화에 따른 디지털 전환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가 주도의 디지털 화폐를 적극 연구하게 된 상황과 맞물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필두로 미국, 일본, 스웨덴 등 주요국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글로벌 결제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CBDC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과 달리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달러, 위안화, 원화 등 국가의 법정 화폐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즉, 디지털 현금인 셈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CBDC 정책논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CBDC가 국제 기축통화와 결제 수단으로서의 달러의 지위, 지정학적인 경쟁, 그리고 국가 안보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배경에 따라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CBDC 연구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고 설계 구축 방향을 조사했다. 국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지원으로 만들어진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신흥국은 세계경제의 주요 성장동력 역할을 담당하는 국가를 일컫는다. 신흥국의 세계경제 성장 기여도는 1990년대 50%에 근접했다. 특히 2000년대부터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으로 구성된 신흥 경제블록 '브릭스(BRICs)'가 크게 관여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중국·인도의 고성장에 힘입어 70%대를 상회한다.
BIS는 26개 신흥국 중앙은행이 참여한 회의에서 '신흥국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주제로 각국 연구 및 실험 경험 등을 발표한 회의와 설문조사를 토대로 2022년 4월 'BIS Paper'보고서를 발표했다.
빅테크 회사에 의한 디지털 혁신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급결제가 확대되는 등 암호화폐가 미래의 잠재적 결제수단으로 등장하며 기존 현금처럼 디지털화폐체제에서 화계단위와 앵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디지털 법정화폐가 필요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국내와 달리 전세계 성인 3분의 1은 현재도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소득, 교육, 연령별로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는 한편, CBDC 발행을 통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지키털 지급결제 인프라를 제공해 금융 포용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결제서비스 시장은 일부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형태다. 때문에 서비스 비용이 높은 경향이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CBDC도입은 민간 결제서비스 제공자의 경쟁을 촉진해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결제체제의 효율성에도 기여한다.
◇운용비용 부담에 따라 = 다만 CBDC 발행에는 ▲CBDC체제의 안정적 운용에 대한 부담 ▲은행의 자금중개기능 약화 가능성 등의 우려도 동반된다. CBDC 연구 자체보다는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해킹 등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부담되는 이슈이며 현재까진 더 많은 논의과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 은행예금이 CBDC로 대체되면서 은행 자금조달이 어려줘지거나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은행의 신용공급 규모가 축소되고 자금중개기능이 다소 약화된다는 주장도 나타났다.
한편 현재 사용되는 페이팔, 위챗·알리페이 등으로 인해 CBDC가 상대적으로 큰 우위를 갖지 못해 대중에 확장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신흥국 CBDC 선호…보완책 마련이 핵심 = 국가간 거래 측면에서는 대다수 신흥국들이 'CBDC가 높은 수수료와 시간소요를 없애고 송금방식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라며 결제의 효율성을 제고한다고 봤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전쟁 등 매크로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자국화폐가 선진국화폐로 대체되는 '통화 대체' 현상, 환율변동성 확대 등의 부작용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IS는 "부작용에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CBDC를 선호하고 있다"라며 "잠재적 부작용은 설계시 ▲일정 규모 이상 해외송금 제한 ▲외국인 CBDC 보유 상한 설정 등의 보완책을 마련한 국제협력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김건주 기자 k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