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굴 제재에도 '크립토 무역' 선언 속 2위 기록
러시아, 채굴장 건설 보조금 지원 등 채굴업 육성
중국·카자흐스탄 등은 규제로 인해 순위권 내려와
미국, 전기료 상승·세금 부과로 채굴 성장세 둔화
러시아가 2023년 1분기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강력한 비트코인(BTC) 생산지로 올라섰다.
러시아 최대 비트코인 채굴 제공업체 비트리버가 제공한 10일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한 전력량에 있어 약 1GW(기가와트)를 기록, 전 세계 2위에 올라섰다. 1위는 3~4GW를 기록한 미국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비트코인 채굴 전력 증가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채굴 제재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일이기에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지난해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 상업은행인 트랜스카피탈은행과 러시아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리버와 10개 자회사를 제재했다. 러시아에서 채굴 활동을 지속하는 기업들과 관계사들에 대한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채굴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당시 재무부는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과 추운 환경으로 암호화폐 채굴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며 "미국은 아무리 복잡한 자산이라도 푸틴 정권이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도록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제재에도 러시아 정부는 무역 결제에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크립토 무역'을 선언하는 한편 국가 주도의 채굴에 나섰다.
러시아 정부는 동시베리아 지역 부랴티야공화국 내 채굴장 건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국 내 채굴 사업을 육성했다. 해당 채굴장은 토지세나 재산세를 내지 않고 소득세율도 낮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3위 자리를 지키던 러시아가 2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는 타 국가들의 암호화폐 채굴 정책 변화가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전 세계 비트코인 해시율의 75%를 차지하던 중국은 2021년 암호화폐 거래와 암호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채굴 사업을 퇴출시켰다.
이에 대부분의 채굴업자들은 카자흐스탄으로 채굴 사업을 옮겨갔으며 덕분에 카자흐스탄은 한동안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 3위를 기록했다. 다만 카자흐스탄도 지난해 말 국가 에너지 시스템 보호를 위해 채굴 산업에 대한 제재를 시작하면서 러시아에 2위 자리를 내주며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암호화폐 채굴 용량 전 세계 1위인 미국도 암호화폐 채굴 관련 전기가격 상승과 세금 부과 등이 논의되면서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이고르 루네트 비트리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암호화폐 채굴 시장은 전기 가격 상승, 채굴 수익성 감소, 세금 혜택 폐지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미국 채굴업자 대부분이 대출을 통해 채굴 장비를 구입했기 때문에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회사들이 이미 파산했거나 파산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러시아 채굴시장의 빠른 성장세로 인해 조만간 미국의 자리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호철 기자 shin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