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가상자산거래소의 몸부림…ISMS 마지막 희망?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9-13 15:55 수정 2021-09-13 15:55

4대 거래소 실명계좌 인증…중소거래소 줄폐업 현실화
오아시스-빗크몬 등 4개사, ISMS 인증 막차…21개→25개
ISMS 미신청 24개 거래소, 서비스 종료 및 운영 중단
ISMS 인증 거래소, 원화마켓 종료 권고…“은행 협상 총력”

자료=KISA
자료=KISA
오는 24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가운데, 중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줄폐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ISMS(정보보호관리체계)를 신청하지 않은 24개 거래소는 이미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거나 거래대금이 없는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으며, ISMS 인증을 신청한 중견 거래소들 역시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못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13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ISMS 인증을 받은 가상자산 거래소는 총 25개로 집계됐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했던 21개사에 오아시스, 빗크몬, 플랫타익스체인지, 메타벡스 등 4곳이 늘었다. 거래소가 아닌 지갑 등의 가상자산 사업자를 모두 포함하면 총 32개 사업자가 ISMS 인증을 획득했다.

특금법상 ISMS 인증 획득은 필수 요건이다. 이밖에 원화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권과 실명계약을 맺고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사업자 신고를 마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뿐이다.

지난 8월 23일 기준 ISMS 인증을 신청하지 못한 거래소는 총 24곳이다. 통상 ISMS 인증에 3~6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이들은 특금법 유예종료 기간 전에 인증 획득이 어려운 셈이다.

실제로 이들 24개 거래소의 대부분은 이미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사실상 거래대금이 없는 유명무실한 거래소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디지파이넥스코리아, 스포와이드, 비바코, 코인이즈, 비트프렌즈, 빗키니, 워너빗, 올스타 매니지먼트 등 거래소들은 이미 폐쇄를 공지하고 문을 닫았다. 두코인, 비트니아, 비트탑, 케이덱스 등은 거래량이 0으로 사실상 영업중단인 셈이다. 이밖에 사이트가 점검중이거나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로 나타나는 거래소도 있다.

아직 영업을 이어가는 거래소도 일부 있었다. 그린빗은 이달 1일부터 원화 입금을 중단했다. 그린빗은 “ISMS 인증 신청을 했으나 은행사의 요청으로 원화 입금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정부 ISMS 인증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기간 내에 인증을 획득하긴 어려워 보인다.

체인엑스의 경우 현재 영어로 거래소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체인엑스는 지난 7월 16일 원화입출금 종료를 공지한 바 있는데, 현재는 공지사항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미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들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금융당국은 오는 17일까지 이들에게 원화마켓 지원 종료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이 은행과 막바지 실명계좌 계약 협상에 실패할 경우 가상자산 간 거래만을 지원해야 한다.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거래량 기준 국내 4대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은 97.45%다. 이중 업비트의 점유율은 88.25%에 달한다. 이미 4대 거래소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독과점 상황에서 원화 거래까지 지원하지 못한다면 중소거래소들이 살아남기는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김성아 한빗코 대표는 “2018년부터 원화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코인 투 코인의 거래를 지원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사업을 더 해야된다고 생각하면 업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신념조차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강대구 보라비트 대표는 “코인 투 코인 마켓을 운영하면서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왔다”며 “거래소 유지 고정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어떠한 수익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SMS 인증 거래소들은 막바지까지 은행과의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한빗코, 고팍스, 후오비코리아, 지닥 등 중견거래소들이 은행과의 유력한 협상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고팍스와 핫빗코의 경우 지방은행, 시중은행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닥의 운영사 피어테크는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 체계 강화를 위해 최우석 준법감시인을 선임했다. 최우석 준법감시인은 구글 페이먼트 코리아의 준법감시인이자 보고책임자를 역임했으, 노무라금융투자에서 AML 관련 준법감시를 책임졌다.

김수민 기자 k8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