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달러' 현상과 달러의 한계, 스테이블코인의 인기 이끌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동반한 '스테그플레이션'이 전세계에 서서히 현실화되어가는 10월, 세계 곳곳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핫'한 자산으로 떠올랐다.
전세계가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비명을 지르며 자산시장이 크게 하락하는 반면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는 더욱 안전하고 견고해졌다. '지구촌'에 속한 많은 이들이 너도나도 세계 최대 안전자산인 달러를 원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달러의 가치가 높게 치솟는 가운데 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채택률이 세계 곳곳에서 폭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내 스테이블코인 급증 사례를 발표했다. 러시아 서비스에 대한 스테이블 코인의 거래량 비중은 지난 1월 42%에서 3월 67%로 증가했으며 그 이후로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의 경우 14일 오후 4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684억 달러(한화 약 94조 8804억원)를 기록하며 10월 들어 3%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생소한 '암호화폐'라는 특성과 민간 발행사가 발행하는 자산이라는 핸디캡에도 왜 세계 곳곳에서는 폭주듯 스테이블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한 걸까?
이유는 바로 달러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많은 나라가 달러 구매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를 포함해 중국,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 다양한 국가들이 자국의 복잡한 이유에 따라 국민들의 달러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특정 금액 이상의 달러를 구매하고 송금을 원할 시 신원인증과 명확한 달러 구매 이유 명시 등을 포함해 매우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야만 한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올해 3월, 전시상황에 따른 국부 유출 단속 방안으로 현금 인출 상한제를 시작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1만 달러 이상의 자금 인출과 해외 송금이 공식적으로 불가한 상태이다.
은행을 통한 공식적인 루트가 아닌 달러 구매에는 여러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정확한 환율에 근거한 투명한 달러 환전 거래가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안전하게 예치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전무한 상황이다.
달러 구매에 수반되는 어려운 과정과 달러의 예치와 이동에 필요한 물리적 한계가 결국 대안을 찾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했다.
# 스테이블코인의 대약진 = 미국과 달러 패권 강화
스테이블코인의 전세계적 대약진이 만드는 결과는 결국 미국과 달러 패권의 강화이다.
테더가 14일 공식 성명을 통해 중대한 사실을 발표했다. 바로 보유했던 상업 어음 300억 달러(한화 약 42조 9360억원)를 전액 매도한 후 해당 자금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했다는 소식이다. 테더사는 공식 성명에서 "상업 어음을 전액 매도한 것은 테더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확언한 테더의 언행일치를 보여주는 바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를 포함해 다수의 대형 미디어는 테더의 자본 다수가 중국 헝다 그룹과 연관성이 있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많은 대형 미디어들이 테더의 중국 상업 어음을 보유 사실을 강조, 테더의 유동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끊임없이 지적했다. 이에 대응해 테더는 상업 어음을 모두 줄일 것을 약속했으며 마침내 상업 어음을 전액 미국 국채로 교환한 사실을 밝힌 것이다.
테더의 시가총액은 684억 달러(한화 약 94조 8804억원)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 시가총액 중 약 41%에 달하는 수치이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한 USDC 역시 포트폴리오의 80% 이상이 미국 국채로 구성돼있다.
테더와 USDC의 시가총액의 합은 159조원이다.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76%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약 159조원의 스테이블코인이 전세계 곳곳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그 유통되는 자산 비중의 대다수는 바로 미국 국채라는 사실이다. 전세계 많은 곳에서 자산 보호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사고 있는 이들은 사실 미국의 국채를 사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시작된 갈등은 작금의 세계를 서방과 BRICS 간 '신냉전' 시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또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사우디아라비아, 인도가 미국에 등을 돌리며 미국은 에너지를 무기로 내세운 'BRICS+'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BRICS+의 도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에 대한 도전이자 달러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통한 국제 무역인 '크립토 무역'을 선언하며 BRICS+의 새로운 기축 통화 등장이 예고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따른 미국과 세계의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상에 대해 의심하기도 했다. "수없이 발행된 달러는 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이 가운데 미국이 미국과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미국 국채를 품은 스테이블코인의 자연스러운 유통을 통해서다.
스테이블코인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되어 전세계로 유통돼가고 있다. 유가 폭등으로 인한 유럽의 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진 6월, 스테이블코인 USDC는 유럽 착륙 소식을 밝혔다. 유로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EUROC' 발행 소식을 밝힌 것이다. 7월, USDC는 대한민국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에 상장 소식을 밝혔다.
다음은 저서 <자본에 관한 불편한 진실>에 나오는 문구이다.
어떤 상황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다. 또 "혹시 몸통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 세력은 없나?"라는 생각도 늘 갖고 있어야 한다. 가령 A와 B가 피 터지게 싸운다고 했을 때 우린 A든 B든 이 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혹시 이 둘의 싸움을 부추겼던 C가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C는 누가 이기든 간에 자기 몫을 챙기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C는 도대체 무엇을 챙기는지, 그리고 최종 승자는 앞으로 C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