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원의 코인읽기] '루나 사태'로 불거진 스테이블코인 논란과 CBDC 발행, 암호화폐의 미래는?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06-07 12:51 수정 2022-06-07 12:51
테라USD(UST)로 인한 '루나 사태'가 남기고 간 흔적과 변화는 강렬했다.
5월 초, 많은 홀더들을 유치했던 테라 재단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UST가 달러와의 연동성을 잃으며 시작된 사태는 무서운 불길이 되었다. 한때 암호화폐 시총 6위를 자랑했던 테라 재단의 루나(LUNA)가 UST의 달러 연동성을 지키기 위해 끝없이 '태워졌으며' 결국 무너져 내린 것이다.
# 불편한 침묵 속 화려한 등장, 사실은 암묵적 합의
UST는 3월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 규모의 비트코인(BTC)을 준비금으로 매집한다는 발표로 큰 화제를 모았다.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으로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보증한다는 개념은 혁명에 가까웠다. 한때 시도되었으나 결국 실패한 '금 본위제'의 부활을 떠올리게 하며 '비트코인 본위제'의 서막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 화려함 속에 가려진 사실이 하나 있었다. 테라 재단은 지난 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2021년 9월, SEC는 테라가 주도하는 미러(Mirror) 프로토콜과 합성자산을 증권으로 보인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했다. 권도형(Do Kwon) 대표는 다수의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SEC와의 소송을 기꺼이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테라는 SEC와의 깊은 갈등에 빠지는듯 싶었다.
돌연 테라가 올해 3월 비트코인 본위제를 택한 스테이블코인 UST 발행 소식을 밝히며 큰 화제를 모았다. UST를 포함해 테라의 루나 역시 큰 화제를 모으며 많은 홀더들을 유치했다. 20%가 넘는 연간 수익율(APY)을 제공하는 UST의 스테이킹 서비스는 수익률과 혁신성에서 기존 은행시스템을 압도하며 듯 했다. 떠들썩하게 수많은 투자자들이 UST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기하게 테라와 큰 갈등을 빚어낸 SEC는 침묵했다. 리플을 비롯해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에 매번 날을 세우던 SEC는 이상하리만치 침묵했다.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 사건의 발생
그렇게 UST가 끝없는 화제를 모은지 2달 뒤 돌연 UST의 달러 연동성이 무너졌다. 100억 달러의 준비금을 마련했다던 프로젝트는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테라 재단이 공개한 재단 준비금은 루나 사태가 일어난 후 불과 10일 만에 97% 감소한 수치로 드러났다. 30억 달러에 달하는 준비금을 사용했음에도 결국 UST는 달러와의 연동성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너무나도 많은 돈을 잃었다.
루나 사태로 인한 혼란과 이로 인해 자체 플랫폼들을 지닌 암호화폐들은 투자자들에게 급격하게 신뢰를 잃었다. 이러한 신뢰감 상실에 맞물려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한 하락장에 접어들었다. 끝없이 떨어지는 하향 그래프의 몇 주가 지속되었다. 암호화폐 시장 투자자들은 떨어지는 가격 그래프와 함께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대기 바빴다.
# 스테이블코인 위험성의 부각과 동시에 CBDC!
이 현상 속에 짚어봐야 할 점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규제당국들이 CBDC 발행에 박차를 나섰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다수의 규제당국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CBDC 연구와 발행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큰 사건이 터지자 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을 부각하며 규제안 설립과 CBDC 발행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시키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많은 규제당국과 국제기관들이 이미 루나 사태 이전부터 스테이블코인의 큰 인기를 인지했었으며 이를 활용한 CBDC 발행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 역시 4월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암호화폐 생태계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어떤 펀드나 기관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암호화폐 거래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이다"라며 "전세계 중앙은행의 80% 이상이 CBDC를 이미 출시했거나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서술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호황과 함께 긴박한 전세계 국가들의 CBDC 발행 움직임을 지적했다.
루나 사태는 규제 당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CBDC 발행을 가속화시킬 '좋은 명분'이 되었다.
CBDC의 개발과 도입에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빠른 기술 변화에 비해 기술 변화를 담아낼 행정,규제적 대응은 늦어지기 일수였다. 국가 주도의 CBDC 개발과 도입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이를 위해 거쳐야할 수많은 규제안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루나 사태는 규제당국이 위험성을 강조하며 단번에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좋은 명분이 되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에 국가 규제라는 틀을 덧입혀 중앙은행이 활용할 시 이것은 CBDC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많은 국가들 중 일부는 이미 활성화된 기술과 시스템을 지닌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CBDC에 도입해 사용하는 방안이 존재한다. 이를 두고 2021년 6월 국제결제은행(BIS)는 민간 금융기관 및 은행이 CBDC를 운용 및 관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해석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게 은행 및 금융기관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함과 동시에 해당 기관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법정화폐와 연동성을 지닌 CBDC 지위로 격상시킨다는 뜻이다.
2021년 9월 미국의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 역시 상원 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현금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아야하며 이에 대한 발행권을 은행들이 가져야한다 주장했다. 당시 루미스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100%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보호됨과 동시에 정기적 감사를 받아야 하며 이를 예금 기관 및 머니마켓 펀드 또는 유사한 기관에서 발행해야 한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규제당국의 은행 및 금융 기관 위주의 CBDC 발행 주장에 맞물려 루나 사태 이전에 미묘한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4월, 스테이블 코인 USDC 발행사 써클이 미국 통화감사국(OCC - 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에 '은행 헌장(Bank charter)'을 신청 소식을 밝혔다. 은행 헌장 승인은 정식 은행으로서 공인, 허가를 받는다는 의미로 개인과 단체에게 예금을 받고 보호하는 것은 물론, 보관하고 있는 예금으로 대출 기능까지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은행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루나 사태로 생긴 명분, 금융 기관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CBDC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제안을 만들고 있는 미국은 은행 및 금융 기관 위주의 CBDC 발행 및 운영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처럼 보인다. 현재 미국 암호화폐 규제안 설립을 지휘하는 미국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5월,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루나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들에 수반되는 위험들은 인류가 수세기 동안 목격했던 '뱅크런'과 매우 비슷한 성격을 가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고 말하며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확실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CBDC는 스테이블코인이 수반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라는 멘트와 함께 "금융기관 주도의 CBDC 활용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 또한 눈에 뛰는 행보를 보였다. 1월부터 4월까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영국 재무부의 보고서는 "중앙은행은 시스템의 설계상 결함으로 해당 암호화폐의 운영 및 존속이 어렵거나 해당 암호화폐 가 영국 금융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서술했다. 루나 사태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임에도 루나 사태를 예견한 듯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영국 역시 4월부터 영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주최 하에 CBDC 발행 연구에 나선 상태이다.
루나 사태로 인한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이 화두에 오른 현재, 미국을 선두로 영국을 포함한 다수의 규제당국은 CBDC 발행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크게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규제방안을 마련 중이다. 규제안이 마련됨과 동시에 몇몇 중앙은행들은 빠른 CBDC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민간 블록체인망을 활용하는 케이스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 암호화폐의 미래는?
결국 암호화폐에 대한 문제는 이것이 투자상품이냐 화폐냐의 문제이다.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지닌 암호화폐는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화폐로써 적합하지 않다. 화폐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가격 안정성을 가져야만 한다.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보증하는 CBDC는 결제수단으로써 안정된 가치를 지닌다.
이런 상황에 현재의 수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은 결국 3가지의 필연적 운명을 강요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아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방법, 국가 및 주요 금융기관의 송금 결제망으로 활용되는 방법, 세상에 잠시 등장한 뒤 소멸되는 길.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