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다음 강세장은 동양에서 시작될 것이다"
많은 암호화폐 '빅 플레이어'들이 동양(아시아)과 서방(미국), 상호 간 대척적인 암호화폐 수용 정책이 다음 강세장에 고스라인 묻어나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공동설립자 카메론 윙클보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암호화폐는 글로벌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으며, 멈출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명확한 규제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할 시 미국 정부는 먼지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고 서술했다.
아울러 브룩스 엔트위슬 리플 글로벌 고객 성공 부문 수석 부사장도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포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단방향적 규제를 지적, "홍콩과 같은 아시아 지역이 암호화폐 규제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지난해 줄곧 이어진 디파이(Defi) 플랫폼들의 붕괴와 FTX 거래소 파산을 정점으로 엄격한 규제 진입에 들어갔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금융당국은 최근 미등록 증권 판매와 관련해 암호화폐 기업들을 기소하고 커스터디 규제를 강화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로 암호화폐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0월 암호화폐 허브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홍콩은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산업을 수용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규제를 조여가는 미국과 이에 반해 홍콩을 통해 다시금 암호화폐 시장의 문호를 개방하는 중국. 미국 암호화폐 산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직접 이 현황을 지적하고 나섰다. 암호화폐 패권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 통합 규제안 설립 외치며 강한 규제 나선 미국, 그리고 떠나는 암호화폐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암호화폐 통합 규제안 완성을 외치며 강도 높은 규제에 돌입했다.
미국 SEC를 필두로 미국 규제당국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고삐를 옥죄면서 미국 시장은 규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SEC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에 스테이킹 서비스의 미등록증권 판매와 제공 등의 혐의로 서비스 중단과 3000만달러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SEC는 등록된 투자 자문사 자격을 갖춘 관리인에 한해 암호화폐 수탁이 가능하도록 강화된 기준을 공개해 규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SEC만이 아니었다.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팍소스에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인 BUSD 발행 중단을 명령했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 강화가 시장 내 명확성 부여를 넘어 시장 플레이어들에게 거대한 압박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기업들의 미국 내 서비스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넥소가 미국 SEC와의 규제 문제로 인해 미국 내 상품과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넥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미국 금융법을 준수하기 위해 약 18개월간 규제당국과 논의를 해왔지만 이렇다 할 합의를 찾지 못했다"며 "미국은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경로 제공을 거부하고 있으며 우리는 고객에게 규제 당국이 고객의 최선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주 검찰로부터 미등록 운영 혐의로 기소당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엑스도 미국 내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
한편 금융 당국의 규제 압박은 암호화폐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강도 높은 규제로 암호화폐에 대한 투심이 위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금융 당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산업에 규제 압박을 가하면서 지난주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서 총 3200만달러(한화 약 414억6880만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런던 소재 암호화폐 투자펀드 코인쉐어스가 발표한 주간 자금 흐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암호화폐 투자상품에서 총 32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이후 최대 규모다.
# 中 정부를 등에 업고 새로운 불씨를 피우는 '홍콩'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암호화폐 산업 수용 움직임을 보이던 홍콩은 오는 6월부터 암호화폐 시장을 전면 개방키로 했다.
홍콩은 홍콩 증권거래위원회(SFC)의 관할 아래 철저한 라이선스제를 도입, 암호화폐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체제 출범을 예고했다.
이후 홍콩 의회는 지난해 12월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조례(AMLO)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암호화폐 문호 개방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월 1일부터 도입되는 개정안을 통해 홍콩 SFC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제도를 시작한다. 라이선스는 자격을 갖춘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소매 투자자의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홍콩의 움직임이 암호화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 근거로 최근 홍콩 암호화폐 허브에 대한 야망을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매체를 통해 다수 흘러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0월부터 홍콩 정부가 암호화폐 허브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중국 암호화폐 기업들이 홍콩으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홍콩 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 움직임의 '뒷배'에는 중국 정부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시험장으로 홍콩을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스틴 선 트론(TRX) 창업자 역시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최근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베이징은 홍콩을 암호화폐 규제 실험 지역으로 보고 있다"면서 "홍콩의 피드백이 긍정적이면 중국의 정책도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홍콩, 전 세계 암호화폐 자본의 각축장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다시 재개방을 예고한 홍콩. 여기에 전 세계 크립토 자금들이 몰려들고 있다.
6월부터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본격 인허가 시작을 앞두고 후오비, OKX, 비트겟 등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홍콩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을 밝혔다.
저스틴 선 창업자는 "현재 홍콩 정부는 시장 참여자와 암호화폐 규제를 논의하기 위해 매우 투명하고 유연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며 "후오비가 홍콩에 VASP 라이선스를 신청할 것이며 승인 후 '후오비 홍콩'을 출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당 거래소들은 홍콩 규제 프로세스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을 두고 라이선스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싱가포르의 최대 은행 DBS도 홍콩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밝힌 바 있어 다시 문을 여는 홍콩 암호화폐 시장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거대 자본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과거 중국은 채굴을 중심으로 명실상부 암호화폐 시장을 이끌던 선두 주자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은 암호화폐를 떠난 것이 아닌 잠시 휴면 중이었을 뿐"이라는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CEO의 지적처럼, 중국이 긴 숙면을 끝내고 다시 암호화폐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스토리와 이에 따라 또다시 엇갈린 양국의 행보, 이로 인해 암호화폐 패권은 또다시 뒤바뀔 수 있다. 다음 암호화폐 강세장의 파도는 중국이 일으킬 수 있다.
신호철 기자 shin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