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원의 코인읽기]2024년 자산시장, 왜 비트코인에 주목하는가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4-01-13 11:45 수정 2024-01-13 11:45

2024년, '크립토 윈터' 넘어서 확실한 강세장 향할 해
ETF 효과 업은 비트코인, 달러 대체재 안착 여부 주목
1월 10일 현물 ETF 승인, 정치·경제적 논리 입각한 것
네트워크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 더 빛날 수 있어
암호화폐 역사 새 전기 열릴 해…기대감 두고 지켜봐야

출처=박혜수 기자
출처=박혜수 기자
'청룡의 해'라고 불리는 2024년이 모든 이들의 희망을 안고 366일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BTC)의 강세장이 1년 내내 계속 되길 한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년 암호화폐 시장은 출발이 좋다. 비트코인 현물 자산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금융시장에서 공식 승인됐다는 소식이 미국에서 전해지며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기대가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았던 투자 자산이었다. 연초 1만6000달러에 머무르던 비트코인 가격은 경기 침체 속에도 괄목할 만한 상승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4만2000달러선에서 2023년 거래를 마쳤다. 연간 상승률은 무려 162.5%에 달했는데 차트 흐름만 놓고 본다면 2022년 상반기부터 이어진 '크립토 윈터'에서 완전히 탈출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진짜 반등, 소위 '찐반'의 시점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를 비트코인이 진짜 반등하는 '찐반'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크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산시장 내 다른 투자 아이템의 시세 흐름 전망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지난해 하반기의 폭발적 상승 흐름을 2024년에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무엇이 새해 초 자산시장의 투자자들을 비트코인에 집중시킨 것일까. 시장 안팎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과 이로 인한 자금 유입 전망이 관심 집중 요인이라고 보고 있지만 단순히 이들 이유만이 비트코인 관심 집중의 요인은 아니다.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비트코인으로 이끄는가'에 대한 해답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보고서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속 '달러 대체재'로 뜬 비트코인

반에크는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2024년 1분기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장기화 시작점으로 예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완화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 둔화(디스인플레이션)를 공식 선언하면서 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를 통해 자산시장에는 잠시 활기가 돌아오는 듯 했지만 그뿐이었다.

연준의 비둘기파적 멘트에도 주식, 부동산, 달러 등 다양한 투자 자산들은 고점을 멀리 바라본 채 힘겨운 호흡을 이어갔다. 양적완화에 전고점을 연이어 돌파했던 자산시장의 한때 호황은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처럼 2023년 하반기는 속절없이 흘러갔다.

도리어 새로운 형태의 경기 침체 신호가 자산시장에 나타났다. 한때 '강달러' 신화를 이어가던 달러가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고 금값은 12월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달러의 가치가 들쑥날쑥한 모습을 지속하자 이제는 전문가들 역시 "달러의 가치는 하향 안전화 추세로 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약달러' 현상에 투자자들은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하지만 횡보세를 거듭하고 있는 주식과 채권,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최근 고점을 경신한 금은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지로 각광받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반에크는 이를 좀 더 과격하게 표현했다. 반에크 보고서는 "미국은 2024년 1분기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맞이할 것이며 많은 돈이 투자처를 잃을 것"이라고 서술했다. 달러의 힘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섭게 치고 오른 비트코인은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던 투자자들의 입맛을 당기기에 제격이었다.

# 비트코인 현물 ETF가 1월에 승인된 이유

반에크가 2024년을 비트코인의 본격 강세장의 해로 지목한 이유는 바로 2024년 예고된 사건들이 갖는 미묘한 타이밍 때문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1월 초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 기대대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지난 10일 승인됐다. 승인 첫 날에만 평소 비트코인 거래량의 10% 수준인 45억달러의 돈이 비트코인 현물 ETF로 몰려들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시장에 출시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가져올 파급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은 SEC가 왜 하필 1월 초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는지 그 의미를 되짚고 있다. 우연한 부분도 있겠지만 대체로 SEC가 의도적으로 1월을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시점으로 낙점했다는 추측이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의도가 다분한 행동이었다는 뜻이다.

반에크는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월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된다면 비트코인 현물 ETF에 약 24억달러(한화 약 3조1222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경기 침체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의 표류가 길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시장의 표류를 방관하는 미국 정부를 비난할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난은 곧 선거 결과로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11월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더구나 1월 15일부터는 미국 양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코커스)이 시작된다. 대선을 향한 분위기가 달아오를수록 경기 침체 문제는 시민들의 화두가 될 것이 뻔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암호화폐의 상승 분위기가 뚜렷한 만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도록 SEC 쪽을 부추겨 대선 분위기를 현 정부에 유리한 쪽으로 돌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지나친 끼워맞추기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세계의 정치 역사를 돌아본다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대선 국면의 유리한 고지 점령을 위한 의도적 행보 외에도 미국 정치권의 암호화폐 규제 도입 관련 움직임이 본격화된 점도 비트코인 현물 ETF 탄생에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명확한 암호화폐 통합 규제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미국에 머물던 많은 암호화폐 투자금은 미국을 이탈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주요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은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의견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규제 도입을 위한 합의를 수년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양당은 10개월여 앞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각 당의 정치적 견해와 상관없이 후보자들에게 표를 받을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을 선보여야 한다. 특히 '초대형 표밭'으로 꼽히는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사로잡기 위해 암호화폐 규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고 이것이 비트코인 상승을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에크는 "미국 대선은 전후로 다양한 정치적 사건을 만들 것이며 선거 과정에서 암호화폐 규제 변화가 언급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내년 4분기에 비트코인 가격은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서술했다.

반에크가 1월을 ETF 승인 적기로 낙점했다고 판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채굴 생산 물량이 4년에 한 번씩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을 뜻한다. 비트코인 시장 공급을 절반으로 줄여 비트코인의 희소 가치를 높인다.

반에크는 "대형 기관 자금이 투입된 비트코인은 곧이어 반감기를 맞는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로 발생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반감기로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갈 곳 잃은 돈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라는 새로운 대체 자산으로 유입될 것이고 그렇게 유입된 돈들은 곧이어 발생할 비트코인 반감기와 맞물려 비트코인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네트워크로써 비트코인의 가치, 이제 빛날 때도 됐다

얀 반 에크 반에크 CEO는 지난해 말 CNBC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가진 본질적 가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뛰어넘을 수 있는 다른 인터넷 스토어는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서막을 열었다.

반에크 CEO는 2024년 비트코인의 폭발적인 상승을 단순히 가격이 아닌 네트워크로써의 가치에 맞춰 이야기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세계 각국에 약 5000만명의 보유자가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가 매우 놀라운 자산"이라며 "764억달러(한화 약 99조1213억6000만원)의 자산이 관리되는 네트워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트코인은 현재 존재하는 어떤 인터넷 창조물보다 가시적인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보유하고 있는 실제 사용자 수와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지닌 자금 유동성을 생각할 때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그 어떤 인터넷 스토어보다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웹 3.0'이라는 용어가 '탈중앙화'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지 약 4년이 지났다. 웹 3.0이라는 표어를 내건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저마자 암호화폐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웹 3.0이 갖는 가치와 힘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것 역시 사실이다.

네트워크로 태동했으나 '디지털 금'으로 묘사되던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는 다소 잊혀졌다. 그러나 5000만명의 홀더, 764억달러의 자산을 흡수한 비트코인이야 말로 진정 웹 3.0의 본질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주장이다.

# 어쨌든 올해는 비트코인 불장의 해가 맞다

지난해 비트코인은 경기 침체라는 대주제 속에 크고 작은 사건들로 암울한 시작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2023년의 비트코인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자산시장을 놀라게 만들었다.

2024년의 시작점에도 경기 침체라는 대주제는 여전하다. 반에크의 분석처럼 많은 돈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갈 곳 잃은 돈들은 비트코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또 뛰고 있고 앞으로 더 뛸 여력이 충분하다.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가 시장 안팎에서 대기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갈 곳 잃은 돈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확실한 대안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이유를 모두 모아본다면 시장의 돈이 모두 모일 것이고 결국 비트코인의 가격은 뛸 것이다. 어쨌든 올해는 불장의 해가 될 것이다.

흥미로운 이벤트를 가득 앞둔 2024년, 비트코인이 진정한 탈중앙형 네트워크 자산으로서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보자.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