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원의 코인읽기] 방대한 비전의 리플사와 초라한 성적표의 XRP 투자자, 애증의 동상이몽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3-03-19 12:26 수정 2023-03-19 12:26
#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말했지만 모두가 개의 중인 판결 결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은 리플 사업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며 리플은 전세계에서 확장되는 리플의 사업에 더 큰 중점을 두고 있다."
리플사의 주요 경영진들이 이번 주 한국을 찾아 정책 서밋을 열었다.
브룩스 엔트위슬 리플 글로벌 고객 성공 부문 수석 부사장, 라훌 아드바니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이 직접 한국땅을 밟아 15일 서울 강남 조선 팰리스 호텔 로얄 챔버홀에서 기자들과 대면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다.
많은 리플(XRP) 홀더를 가진 한국에서 리플사의 주요 경영진들을 향해 기자들이 쏟아낸 질문들은 대부분 SEC 소송과 관련된 것이었다.
SEC와의 기나긴 소송이 어쨌건 끝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이 싹튼 현재, 리플사에게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갖는 질문은 단 하나 뿐이었다. 투자자들을 대변해 기자들이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리플을 사랑한 투자자들은 한국에도 매우 많았으며 기나긴 소송 속에서도 리플을 놓지 않았던 이들에게 결국 중요한 여부는 이거였다.
"리플이 SEC와의 소송에서 승리하며 광명을 볼 수 있을까?"
# 韓 투자자, 웅장한 비전에 매료돼 리플과 사랑에 빠지다
'SWIFT 2.0', '세계 은행 시스템 재편', '세계 기축 통화' 등 웅장한 수식어들과 함께 리플은 한때 리플사가 제시한 비전으로 투자자들을 매료시켰다.
"리플이 보유한 독보적인 송금망을 통해 국제 송금 시스템은 개편될 것이며 이를 위해 리플은 전세계 은행들과의 네트워킹을 확장하고 있다."
이 비전에 투자자들은 매료되었으며 이로 인해 리플은 한때 시가총액 3위를 구가한 바 있다.
특히 한때 한국에서 리플의 인기는 굉장했다.
암호화폐 열풍이 일던 2017년 말과 2018년 초, 인터넷 포탈에 제작된 한국어 암호화폐 컨텐츠 중 리플은 비트코인(BTC)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 컨텐츠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리플은 국제 송금 패러다임을 바꿀 무언가이며 이로 인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그렇게 많은 한국 투자자들은 리플을 사들였고 실제로 큰 수익을 거둔 '인증'들이 커뮤니티에 가득했다.
그렇게 리플은 리플사의 주장대로 웅장한 비전을 이뤄 리플을 사랑한 투자자들에게 광명을 바로 안겨줄 것만 같았다.
# '벽'을 만나며 서로 다른 마음 속 시작된 애증의 동행
2020년 12월, SEC가 증권법 위반으로 리플사에 소송을 제기하며 리플사와 리플 투자자들의 길이 다소 어긋나기 시작했다.
미국 규제기관과의 소송으로 리플의 가격은 급락했고 투자자들은 좌절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급락한 리플의 가격에 실의한 채 리플을 매도하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은 SEC 소송으로 리플사와 리플 투자자들의 본심이 서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리플사의 목표는 분명했다. 그들이 밝혔던 비전대로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전세계 송금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다.
리플 투자자들의 목표 또한 분명했다. 투자했던 리플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두고 각자가 원하는 투자성공 신화를 이뤄나가는 것이였다. 그 과정에서 리플사가 제시했던 웅장한 비전은 투자자들의 꿈을 금방이라도 이뤄줄 것처럼 보였다.
상호 간 달랐던 목표와 꿈이 장애물을 만나자 아름다웠던 동행은 애증 내지는 다소 불편한 동행으로 변해버렸다.
끝날듯 끝나지 않던 소송 기간 동안 리플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를 외치며 결사항전의 태도로 '그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매일같이 리플 뉴스를 찾아보며 속을 태웠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에서 '디파이', 'NFT' 등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해 이를 내세운 새로운 토큰들이 가격 폭등을 보였다.
하지만 리플의 가격은 잠시 오르는 모습을 보였을 뿐, 리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진정한 '리플의 모습'은 마침내 등장하지 않았다.
투자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선택한 투자자들의 큰 목적은 '크립토'라는 트렌드에 기인한 높은 변동성이었다.
가격이 솟구쳐 오르건 내리건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상한제 따위는"이라는 마음 속에 출사표를 던졌고 이로 인해 받게되는 과격한 성적표에 매료되곤 했다.
하지만 리플이 지난 몇 년간 보여줬던 모습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암호화폐'의 모습과는 다소 달랐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떠돌곤 했다.
"리플의 가격은 참 일정하기에 리플은 기축통화가 맞다."
# 리플과 韓 투자자들 간 '동상이몽'
이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리플사의 주요 경영진은 "소송보다는 전세계에서 펼쳐나가는 리플사의 방대한 비전과 사업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리플사가 가진 비전은 리플사의 경영진들이 밝힌 바 처럼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리플사의 은행 네트워크 연합인 '리플넷'에 속해있는 기라성같은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목록과 매달 새로 업데이트되는 명단은 그 증거이다.
리플사의 송금 결제망 'ODL'은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 등지에서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며 리플사가 강조한대로 국제 송금과 실생활 결제에서 매우 밀도높은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리플사의 확장과는 별개로 늘 제자리를 머무는 것처럼 보이는 리플의 가격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몇년째 무심하고 야박한 답변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그런 탓에 투자자들의 주된 관심은 리플의 가격을 찍어누른 SEC와의 소송 결과였던 것이다.
이에 리플사가 내놓은 대답은 "소송 판결은 결국 판사가 내린다"와 "리플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최우선 순위는 소송이 아닌,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리플의 사업이다"는 것이였다.
리플사는 늘 전세계 은행들과의 네트워킹 설립을 강조, 이를 통한 국제 송금 시스템의 개편을 강조해왔다. 이 비전은 방대하고 웅장하며 투자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달리 말할시 전세계를 누비며 펼치는 비즈니스, 그리고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구하는 리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방대한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장기사업이다.
높은 변동성에 도리어 매료되어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으며 다르다는 사실이다.
SEC와의 소송이 미궁으로 빠졌지만 결국 리플사의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장 중인 현재, 리플과 한국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동상이몽'인채 동행 중이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