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원의 코인읽기]'페트로 위안화', 블록체인을 품고 다가온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12-25 14:18 수정 2023-09-14 17:20

[권승원의 코인읽기]'페트로 위안화', 블록체인을 품고 다가온다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페트로 위안화'가 된다.

# 스테이블코인의 위안화 선택과 맞물려 모습을 드러낸 '페트로 위안화'

이번 달 시총 1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 테더가 위안화와 가치가 연동된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CNHT의 발행을 본격화했다.

2019년 출시 후 그저 회사의 포트폴리오로 약 3년간 묵혀둔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CNHT를 세계 최대 블록체인 거래망 트론(TRC-20)을 통해 유통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트론은 지난 5월 이후 이더리움(ERC-20)을 제치고 테더 최대 유통망으로 올라섰다.

세계 1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가 세계 최대 유통망을 통해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유통에 나섬과 동시에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한 것이다.

테더 뿐만이 아니였다. 테더의 CNHT 발행 본격화 발표 약 열흘 뒤 시총 6위 스테이블코인 트루USD 역시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TCNH 출시 소식을 연이어 밝혔다.

이 가운데 발표한 가운데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 등 걸프 6개국이 수출하는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페트로 위안화'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원유 거래에는 달러'라는 공식은 20세기 후 국제 사회 속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국제 정세에 따른 복잡한 이해 관계는 사우디가 미국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 틈을 중국이 파고들며 '페트로 달러'의 공식을 깨버린, '페트로 위안화' 시대 개막 도전에 나선 것이다.

사우디를 둘러싼 경제·안보 상황과 중국의 행보, 그리고 이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페트로 위안화 시대의 개막은 높은 가능성을 지녔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원유 판매량 중 25%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페트로 달러의 종말은 시점의 문제다"고 지적했다.

# 왜 역외 위안화인가

'역외 위안화'는 외환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중국 정부 고유의 정책 아래 중국 본토를 제외한 지역에서 사용되는 위안화다. '역내 위안화'가 철저히 '내수용' 위안화를 뜻한다면 역외 위안화는 수입과 수출 등 외국 기업과의 금융 거래를 위해 활용하는 위안화를 뜻한다.

페트로 위안화 시대가 신기루처럼 서서히 그 모습을 보이려 하는 시점, 대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의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페트로 위안화 시대를 철저히 인식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즉, 높은 활용성을 지닌 스테이블코인을 원유 거래에 적용할 것이란 계산 하에 사업을 전개한 것.

# 중국의 외환 거래소 홍콩, 암호화폐에 문 열다

눈 여겨 봐야 할 또 다른 사실은 10월, 홍콩이 암호화폐 시장 재개장을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홍콩은 중국 반환 후 오랜 시간 중국 금융의 허브이자 외환 거래소로써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런 사실을 두고 아서 헤이즈 대형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 CEO는 '복귀(Come Back)'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최근 일어난 홍콩의 암호화폐 정책 변화가 중국과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홍콩 금융당국의 긍정적인 변화가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시장 복귀를 위한 시험대이다"며 "중국이 암호화폐로 복귀할 때 거대한 강세장이 다시 올 것이며 최근 홍콩의 정책 변화는 그 싹을 나타낸다"고 서술했다.

역외 위안화의 주요 활용처는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전세계 다수에 존재하지만 최대 활용처는 단연 홍콩이다.

# 트론의 저스틴 선, 후오비의 저스틴 선

이달 초 CNHT의 유통망 트론의 설립자이자 CNHT 상장을 예고한 최대 거래소 후오비의 '실질적 사장' 저스틴 선이 흥미로운 멘트를 남겼다.

저스틴 선은 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다음 암호화폐 상승장 주역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저스틴 선이 다음 상승장 주역을 중국으로 예견한 것은 중국 태생이자 베이징 대학을 졸업한 중국인으로서 단순히 그가 조국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것이라 보긴 어렵다. 특히 '친중'이라기보다 다분히 글로벌 기업가적 면모를 보인 저스틴 선이었던 만큼 그의 멘트는 단순한 그의 애국심으로 해석되긴 어렵다.

스테이블코인 시총 1위를 넘어 테더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테더(USDT)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카지노의 '칩'과 같이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는 주요 기축통화로 사용되며 현재 테더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테더의 역외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CNHT를 발행하는 금융망 제공업체의 설립자이자 CNHT 거래를 주도하는 거래소 실세로서, 저스틴 선은 분명한 확신을 드러낸 것이다.

# 왜 페트로 위안화는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일까

중국이 만일 사우디 등 걸프 6개국과의 협상에 성공해 염원하던 페트로 위안화 시대를 개막할 경우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위안화 거래 창구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금융망인 디지털 위안화 결제망 '칩스(CIPS)'와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다.

'탈달러'를 외치며 페트러 위안화 시대를 개막한 만큼 중국이 달러 주도의 SWIFT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라 보긴 어렵다.

두 가지 선택지 중 칩스는 중국의 정치, 외교 행보에 따른 신뢰 문제,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결핍 문제로 큰 선호도를 보이기 어렵다. 그런만큼 산유국들은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페트로 위안화는 복잡한 국제관계에 따른 탈달러 행보였을 뿐 서로를 향한 온전한 믿음에 기인한 관계라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산유국들의 선택지는 위안화의 빠른 거래와 태생에서 글로벌성을 모두 가진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 페트로 위안화와 암호화폐 상승장의 상관 관계

그렇다면 페트로 위안화는 왜 암호화폐 상승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1차적으로는 CNHT의 유통망으로 트론이 사용된다는 점을 볼 때 CNHT이 활발한 거래를 보일 수록 트론 네트워크의 네이티브 토큰 '트론(TRX)'이 큰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트론 유통망이 사용될 때 마다 네이티브 토큰 TRX는 수수료 명목으로 소각 효과를 누린다. 그리고 그 소각 물량은 전체 발행 물량에서 제외되어 점점 희귀성을 높이고 결국 해당 토큰의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원리다.

궁극적으로는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위안화와 동등되는 가치를 유지했을 뿐 본질적으로 암호화폐다.

USDT가 달러의 가치를 지닌 채 거래소에서 투자 가치를 지닌 타 암호화폐와 거래되는 기축통화로 사용된다는 특성을 볼 때 CNHT 역시 전액이 온전히 위안화로 환전 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

이 모든 것이 트론과 후오비 거래소의 실질적 리더인 저스틴 선이 다음 암호화폐 상승장 주역을 중국이라 지적한 이유라 볼 수 있다.

깨지지 않을 것만 같던 페트러 달러 공식은 현재 위태로운 형국을 맞이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주력을 다하던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들의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출시는 철저하게 계산된 행보다.

권승원 기자 ksw@